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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들로름 파스퇴르 결핵연구팀 팀장 인터뷰 "기초과학, 혁신 신약개발 발판삼아야"

2016-12-15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는 에볼라,
결핵,
간염 등 공중보건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국제 생명공학 연구기관이 있다.
 
바로 한국파스퇴르 연구소(Institut Pasteur Korea, IPK)다. 국제 연구기관이다 보니 다인종 연구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으며, 결핵 치료제 개발로 인류 삶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프랑스에서 건너 온 연구자도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파스퇴르에서 결핵 연구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빈센트 들로름(Vincent Delorme, 32) 박사.
 
그가 한국에 오게 된 이유는 결핵 때문이다. 2013년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발굴한 혁신신약 다제내성 결핵 치료제 'Q203' 성과를 접하고 한국에서의 결핵 연구를 결정했다.
 
데일리팜은 최근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빈센트 들로롬 박사를 만나 인간과 병원체(결핵균)간 상호작용 연구를 통해 결핵균의 비밀을 풀어나가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프랑스에서 온 연구자라 낯설다. 자기소개 먼저 부탁한다.
 
에콜 센트랄 마르세이유(Ecole Centrale Marseille) 대학교에서 화학 및 생화학을 전공했다. 이 분야에서 더 많은 과학적 지식을 쌓고자 프랑스 엑스-마르세이유(Aix-Marseille)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2년 간 박사 후 과정으로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 파스퇴르ㅡ릴리 연구팀을 거쳐 2015년부터 한국 파스퇴르 결핵 연구팀 팀장을 맡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무엇을 연구했나.
 
국립보건의학연구원에서 결핵 원인균인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을 연구했다. 기초연구부터 중개연구(translation)까지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경험을 쌓았다. 가장 중요했던 연구 목적은 결핵균이 어떻게 환자와 상호 작용하는지 알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효과적인 약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파스퇴르 연구소는 신약개발, 특히 질병 기초연구에 강점이 있다고 한다.
 
기초과학 연구는 신약개발에 필수다. 전 세계적으로 제약사들이 진행한 많은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있다. 이유는 질환과 표적, 그리고 약에 대한 기초 과학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파스퇴르 연구소는 기초과학 연구 프로젝트를 장려한다. 그 프로젝트가 연구적으로 충분히 완료되었을 때 기술 응용을 위해 산업계에 전달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우리는 이것을 중개연구(translation)라고 말한다. 한국파스퇴르 연구소도 마찬가지다. 약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은 화학적 지식 만큼 중요하다. 어느 하나 없이 신약개발을 이룰 수 없다.

 
-한국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2007년 박사 후 과정 동안 한국파스퇴르에서 결핵 연구팀 설립을 준비 중이던 연구자를 알게 되며, 한국파스퇴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점은 Q203의 우수한 연구성과였다. 이 연구에 참여한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프랑스 외무부에서 제공하는 연구자 지원 프로그램에 자원해 오게 됐다.

 
-현재는 어떠한 연구를 하나.
 
연구팀은 2명의 연구원과 1명의 박사 후 과정 인원으로 구성된다. 항결핵제(Anti-tuberculosis drugs) 발굴과, 약물 작용기전, 박테리아와 인간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방법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팀 인원이 적기 때문에 국내외 다른 기관과 협업해 실제 임상연구를 위한 그들의 연구 아이디어와 기술을 활용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다.

 
-연구성과가 있나.
 
현재 약재내성 결핵균에 치료 효과가 있는 화합물을 연구 중이다. 목표는 화학물 작용 기전을 이해하고 한국 제약사와 협업해, 화합물들이 실제 임상 단계로 갈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다.
 
브라질 연구팀과 새로운 결핵균 표적 발굴을 위한 공동연구 중이며, 인도네시아 대학과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경기도 지원을 받아 J2H바이오텍과 새로운 항결핵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한 팀에서만도 다양한 연구협력을 진행 중이다. 파스퇴르 연구소는 국제네트워크라는 독특한 '만남'이 있다는데.
 
전 세계 파스퇴르 연구소는 그들만의 특수한 연구분야를 가지면서 동시에 서로의 연구분야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매년 프랑스에서 국제네트워크라는 정기 미팅을 하는데, 공통 연구주제를 정해 전 세계 연구진과 논의하고 향후 프로젝트를 얘기하는 자리다.
 
전 세계 연구팀의 프로젝트를 요약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 이 안에서 다양한 연구기술과 자료를 공유하기 때문에 양질의 과학적 지식은 물론 우리의 연구들이 깊은 관련성을 가지게 된다.
 
예를들면 현재 고체상태 핵 자기공명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파스퇴르 연구소는 관련 기술이 없어 프랑스파스퇴르 연구팀과 같이 하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의 연구문화가 다른 점이 있다면 말해달라.
 
개인적으로 가장 큰 차이는 연구비 지원 부분이라고 본다. 한국은 연구비 사용에 있어 융통성을 더 많이 가진다. 총 연구비 금액 역시 프랑스 보다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강점으로 본다.
 
그러나 정부가 짧은 기간 동안 수량화된 결과물(발행 논문, 특허수)로 연구자를 평가하는 점은 해당 연구분야에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지식은 짧은 기간 동안 정량화 할 수 없다.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가 더 나은 과학과 혁신을 만드는 열쇠고 우리 삶을 개선하게 될 것이다.

 
-한국파스퇴르 결핵 연구팀의 연구방향과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 팀은 숙주(인간)와 병원체간 상호작용과 영향을 계속 연구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결핵균의 새로운 생리학적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이것이 또 다른 과학적 질문으로 이어져 결국 '박테리아(결핵균)'의 비밀을 푸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궁극적으로 더 좋은 치료제 개발로 이어졌으면 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과학자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한다. 개인적으로 인류 삶 개선이 최종 목표다. 전 세계 공중보건 비상사태 리스트(WHO)에 올라간 결핵을 리스트에서 제외 시키고 싶다.


*출처: 데일리팜 (2016-12-13)
*사진: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