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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취약한 보건 및 의료시스템 개선... 신종 바이러스 대비

2015-07-06

메르스 사태·대책 전문가 인터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순식간에 온 나라를 마비시킨 메르스 사태가 비로소 진정 국면이다. 하지만 매일 아침 추가 감염자 발표 숫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국민의 긴장 상태는 여전하다.
 
특히 신종 바이러스 침입에 취약한 보건당국의 시스템이 만천하에 드러나 ‘제 2의 메르스’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외양간이 부서졌다고 이를 방치해 다시 소를 잃어선 안된다. 처음부터, 제대로, 고쳐야 한다. 각 부문 전문가 제안을 들어봤다.
 
■ “공공의료를 강화해 원스톱 대처 가능케 만들어야!“…유병욱 경기도의료원 원장
메르스 확산이 심화하는 위기 상황에서 가장 빛을 발한 것은 ‘예산 먹는 하마’로 줄곧 천덕꾸러기 취급 받았던 ‘공공의료원’이었다. 전국에서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이 입원해 치료 받은 병원 ‘빅4’ 중 확산지였던 서울삼성병원을 제외한 3개 병원 모두 공공의료원이다.
 
이에 대해 유병욱 경기도의료원장은 “신종 전염병이 유행할 때 규모가 적은 민간 병원은 여건이 맞지 않아 불가피하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의료가 공공재인 이유, 공공의료원의 역할이 명확히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우리나라 의료 구조에서 공공의료는 10%(베드수 기준)에 불과한 상황을 지적하며 공공의료의 의료진, 장비, 시설 등 인프라 투자와 구축을 주장했다.
 
“우리 병원에 이송된 메르스 확진자 중 기존에 중증이었던 환자 한 명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와 장비 등이 없어 민간 대형 병원으로 이송해야만 했다. 환자 본인에게도 힘들지만,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150여 병상 규모의 도의료원 수원병원은 지난 2012년 12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음압 시설을 갖췄지만, 의료진과 장비 등 인프라 부족으로 다양한 중증 환자를 ‘원스톱 치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시가 아니어도 국방비에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는 것을 불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국방과 의료는 마찬가지다. 국민의 생명이 직결돼 있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민 모두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신종 바이러스에 대비하는 전화위복 기회로 삼아야!”…위성헌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감염내과 교수
“우리를 공격할 적(바이러스)은 많다. 연구나 예산 등이 메르스에만 매몰되어선 안된다. 전문적인 비용 효과 분석을 통해 신종 바이러스를 대처해야 한다.”
 
위성헌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메르스 확산 당시 확진자가 입원했던 성빈센트병원의 감염률 ‘0’ 기록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특히 보건당국의 폐렴 환자 전수 조사 지침이 내려지기 전, 병원의 모든 폐 질환 환자 1인실 격리 조치 등 발빠른 대처로 주목 받았다.
 
위 교수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초기에 의협과 학회 등 민간단체, 정부와 경기도 등 관에서 각기 다른 지침을 내려 혼란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국가기관과 민간병원 등의 현실적이면서도 단순화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메르스 집중’을 우려했다. 메르스 외에도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신종 바이러스들이 더 많고, 언제 유입될 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비행시간으로 3시간30분이면 갈 수 있는 홍콩에서는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542명에 달했다. 신종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A(H3N2)’ 감염에 따른 것이다.
 
위 교수는 “미래를 위해 메르스 발생 전파 요인을 분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한 곳에만 집중해 전력을 쏟아선 안된다. 비용, 효과, 감염 가능성 등 전문가 분석을 통해 우선 순위를 정하고 수 십, 수 백개에 달하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사태 종식 선언보다, ‘메르스’가 아닌 ‘전염병’에 대처한다는 인식 변화가 더 시급한 시점이다.
 
■ “안전한 진료 환경 구축돼야”…최원석 경기도 중점치료센터 부센터장
“의료진이 환자를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감염내과 전문의로서 메르스 환자 진료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실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최 부센터장은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환자를 의료진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부센터장은 “초창기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상당, (공공기관인 중점치료센터)의료진도 크게 걱정을 하고 있었다”면서 “이 때문에 환자의 동선과 의료진의 동선, 환자 입원과 진료 기준(또는 체계) 마련 등의 진료시스템 구축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현재와 같은 규모로 메르스가 확산됐고 점차 관리가 어려운 상황으로 넘어갔다”면서 “의료진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신속하게 전달되지 않았던 점도 매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특히 “메르스의 특성상 의료기관 내 감염이 문제 됐음에도 의료진에게조차 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면서 여러 의료기관에서 환자와 접촉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의료기관이 폐쇄되면서 다른 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까지 생겼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 책임에 관한 문제가 대두될 것이고 누군가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누군가의 자리가 없어지는 것만으로 마무리된다면 또다른 보건위기가 찾아올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상 대한민국의 방역시스템과 의료시스템의 실패인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 근본적인 고민과 변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 “가장 좋은 대책은 교육과 훈련, 그리고 관리와 감독”…하킴 자바라(Hakim Djaballah)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 대해 역학조사 및 대책마련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하킴 자바라 연구소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 한국 정부가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교육과 훈련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스퇴르연구소는 마리아 반 커코브 박사와 알릭 페이리스 교수가 WHO 조사단과 함께 한국에서 메르스와 관련한 역학조사 및 대책 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하킴 자바라 연구소장은 “바이러스와 바이러스의 전염성, 그리고 확산으로 오는 여러 피해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면서 “일부 의료진에게만 교육이 국한되서는 안되고 정부와 자치단체, 학교와 노인 등 질병에 취약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 등 광범위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태를 보더라도 병원들이 전염병 발병과 관련해 가장 취약한 곳으로 파악됐다”면서 “이에 따라 의료시설 및 사회기반 시설은 물론, 환자 관리 등에 대해 무작위 검사 방식으로 자치단체와 정부가 철저히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아쉬움으로는 “메르스 확산을 막기에는 보건당국의 초동 대처가 늦었다”면서 “앞으로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에서도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경기일보 (201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