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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투데이] 에볼라 이어 메르스까지…세계는 감염병과 전쟁 中

2015-06-08
美 에볼라 감염 대응한 제럴드 파커 텍사스 A&M 대학 부총장


▶ 왼쪽부터 한국파스퇴르연구소 호흡기 바이러스 연구실 민지영 박사(통역)와 텍사스 A&M 대학 부총장인 제랄드 파커(Gerald Parker) 박사.


[경제투데이 민승기 기자] 최근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에 이어 이번에는 신종 감염병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확산되는 등 전세계가 ‘감염병’을 앓고 있다. 특히 한국은 메르스 확진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 1일 현재 18명이나 되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제투데이는 전 美 국방부 차관보를 지내고 현 텍사스 A&M 대학 건강과학센터 부총장인 제럴드 파커 박사(Gerald Parker)를 만나 국내의 ‘메르스 확산’에 대한 의견과 한국 정부가 어떻게 감염병에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은 신종감염병 ‘메르스’ 공포…“이성적인 이해를 동반한 두려움이어야”

한국은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다. 심지어 SNS를 통한 ‘괴담’까지 퍼져나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메르스 확진환자와 접촉 한 의심자(현 확진자)가 중국으로 건너갈 때까지 보건당국이 파악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두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제럴드 파커 박사는 “감염병 발생 후 시민들의 동요는 당연한 반응이다”면서도 사실이 아닌 괴담 등으로 인한 공포는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11월 텍사스 지역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 발생 당시 세부 대응을 맡았던 제럴드 파커 박사는 “미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대응을 할 때 미국에서도 민중들의 지적이 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염병 발병 이후 시민들의 동요는 당연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이성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에 기반한 두려움이어야 한다”며 “한국의 감염병 대응 프로그램은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하는 표준 대응방법을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텍사스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을 때 첫번째 환자가 확진되지 않아 귀가조치를 시켜 놓쳤다”며 “확진이 확인되어서야 미국 보건당국도 즉각적인 대처를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확진이 판명된 이후에 이뤄지는 프로세스는 미국과 비슷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 보건당국이 의심환자가 해외로 나갈 때까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텍사스 에볼라 사태에서도 의심되는 환자들과 접촉한 행려자들을 추적하기 어려웠다”며 “특히 2012년 처음 발생한 메르스에 대해서는 아직도 파악이 안되고 있기 때문에 신종 바이러스 감염 대응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메르스 환자가 해외로 나갔을 때 그 나라와의 소통을 통해 대처해 나가야 한다”며 “감염병은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이슈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긴밀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메르스, 아직 치료제도 없는 신종 바이러스…“전문가들과 실시간 소통해야”

신종 감염병은 말 그대로 새로운 질병이기 때문에 보건당국의 대응은 어려움이 존재하고 실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메르스는 2012년 처음 발생해 바이러스 특성이나 전염경로, 증상 등이 아직도 파악되지 않았고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제럴드 파커 박사는 “한국 보건당국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하고 실시간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메르스는 신종감염병이다 보니 감염 의심환자가 나타났을 때 체온이 몇도까지 올라가야 격리조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다”며 “처음에는 열이 많이 없다가 점점 올라가기 때문에 초기 증상에 격리를 정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했을 때도 열이 심하지 않으면 격리 치료를 하지 않았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어느정도 진행되면서 ‘열 증상’만으로 격리조치 시키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텍사스에서 에볼라가 확산될 때 의학전문가, 생물학자, 정부관계자, 비정부기관 소속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대응했다”며 “다양한 전문가들의 조언이 실제 국가 규정을 만드는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실시간 소통은 감염병 발생 시 실시간으로 대응책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럴드 파커 박사는 “한국 정부에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가팀이 만들어져 있는지 모르지만 전문분야의 위원회를 빨리 구성하고 이들의 조언을 들어라고 조언하고 싶다”며 “비단 감염병 사태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사태에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절차를 갖춰가야 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보건당국은 재난 상황을 투명하게 받아들이고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병 발생 시 가장 위험에 노출되는 의료진들에 대한 교육 등도 함께 이뤄저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종 감염병 문제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특히 전세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저소득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 중국,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저소득 국가의 감염병 대응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선진국들이 저소득 국가의 감염병 대응 수준을 끌어올리면 여기서 발생하는 감염병 전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궁극적으로는 우리 국가, 전세계 공중보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경제투데이 (2015-06-02 06:00)